절대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던 애플 스토어가 국내에 드디어 들어왔습니다.


  말이 참 많았죠. 대한민국은 일단 기본적으로 애플 제품 판매량이 낮아서 그렇다, 아니면 삼성의 메인 기지라 그렇다. 하지만 결국에 들어왔습니다. 거기에 2세대 애플 스토어라고 불리우는 형태로요. 덕분에 애플 스토어 가로수길이 아니라, 애플 가로수길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애플 스토어가 국내에 들어오길 바라는 이유는 참 다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권한이 타국에 있는 직영 스토어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기술지원이나 CS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요. 거기에 AS를 모두 유베이드나 대우일렉트로닉 등의 외부 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각 센터 별로 서비스의 질이 차이가 났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부품의 수리에 가격이 달랐지요. 애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덤이었습니다. 저 또한 아이폰4부터 현재 맥북, 애플 워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부분에 있어 불쾌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수리하기 위해서 며칠을 소모해야 했고, 애플 케어 플러스 등의 부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꿈만 같았습니다. 아, 참고로 애플 케어 플러스는 아직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 되지 않았지만, 일부 제품에 대해서 애플 가로수길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저는 아이폰6S를 사용중입니다. 2015년 1차 예약 구매자로 제품을 구매 했고, 불량 배터리 대상자라서 작년 9월인가 10월에 배터리를 교체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도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그냥 평소의 아이폰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작년 12월에 들어서 발생했습니다. 기존의 아이폰 배터리의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는 있었습니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배터리가 40% 정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꺼지는 증상이었죠. 사실 이건 아이폰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가 겪은 증상은 좀 심각했습니다.


  - 배터리가 100%인 상태에서, 외부에 들고 나가면 10분 안에 강제 종료

  - 배터리가 100%인 상태에서, 따뜻한 실내 사무실에서 충전기를 뽑자마자 강제종료

  - 배터리가 100%인 상태에서, 보조 배터리를 연결한 상태에서 외부로 들고 나가도 10분 안에 강제 종료    


  한마디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핸드폰은 항상 충전기 혹은 보조 배터리에 연결된 상태로 유지해야 했죠. 사실 디스플레이의 포스터치에 문제가 있기도 하고, 교체주기도 다가왔기에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체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딱히 좋은 조건이 올라오지 않아서, 당분간 버티기는 해야 했죠. 그래서 애플 가로수길도 가볼겸,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경우 금요일 오후 4시 정도에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갔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지니어스들이 반겨주었죠. 아무래도 교육을 받았다고는 해도, 신생 매장이기에 어색한 부분은 많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지니어스에게 기기 문제로 왔다고 하니까, 디스플레이 왼쪽에 서있는 예약 담당 지니어스를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약을 진행중인 사람이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가까이 있던 지니어스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무슨 문제로 왔느냐, 정말 불편했겠다, 혹시 온라인으로 지니어스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 내가 아이폰에서 직접 알려주겠다. 또한 대화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손님의 감정에 이입하는 것을 모든 지니어스에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5분 정도 서있다가, 드디어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예약은 모두 아이패드를 통해서 진행됩니다.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나 기기정보 등을 입력하게 됩니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왔기 때문에, 30분정도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일단 예약을 완료한다면 총 3번에 걸쳐서 문자를 받게 됩니다.


  1. Genius Bar 대기 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차례가 다가오면 문자를 드리겠습니다.
    1. 최초 예약이 완료되면 받게 되는 문자입니다.
  2. Genius Bar가 거의 준비되었습니다. 오시면 스페셜리스트에게 알려주세요.
    1. 예약의 대기 순위가 5위 안쪽 정도로 다가왔을 때 받는 문자같습니다. 매장에서 구경하며 기다린다거나, 애플 가로수길을 벗어나 근처에서 쇼핑을 하고 있더라도 천천히 오시면 됩니다. 제 경우 이 문자를 받은 후에 다음 절차까지 진행되기까지 약 1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매장에 도착한 후에 스크린 근처에 아이패드를 든 직원에게 말씀해주시면, 잠시만 대기해달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3.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스페셜리스트를 통해 체크인하세요.
    1. 바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스크린 앞쪽에 앉아있으면, 아이패드를 든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옵니다.
  저같은 경우 최초 30분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2단계까지 진행되는데 1시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몇 달 동안은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하는 것 외에 관광지의 역할도 될 것 같기에, 붐빌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번째 문자를 받고 잠시 기다리면 아이패드를 든 직원이 찾아옵니다. 예약된 내용을 읽어보고, 상세한 증상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대화 화법에 있어 정말 불편하셨겠다,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다는 방식으로 오게 됩니다. 
  제품의 진단 또한 모두 아이패드를 통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지니어스의 아이패드에 설치된 전용 앱을 이용해서 제 아이폰에 원격으로 접속해서 진단을 진행합니다. 제 배터리의 경우 정품 배터리로 교체한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진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유상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았는데, 지니어스가 혹시나 무상으로 처리가 가능할지 다른 지니어스들에게 물어봐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3만 9천원이 청구되는 방향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추가로 제 경우 아이폰의 우측 상단에 아주 작은 크랙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AS 센터에서는 아예 수리를 거부하곤 합니다. 수리를 위해서는 상판을 들어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디스플레이가 추가로 파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장비를 통해서 들어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파손된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존재한다, 만약에 수리 도중에 디스플레이가 파손된다면 해당 비용까지 청구되게 된다, 이것에 동의하느냐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한 디스플레이가 파손 되었을 경우에도 기기를 반납받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부분은 디스플레이가 파손된 상태에서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부정적인 부분은 디스플레이가 파손 되었을 시에 새 제품으로 구매하려고 했지만 그 선택지도 막혀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운을 믿고 파손 가능성을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처리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안내받고, 지니어스가 기기를 보관할 작은 케이스를 가져가서 제품을 회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있어서 나의 iPhone찾기의 off와 기기 초기화가 병행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백업을 모두 진행한 후에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물론 백업을 하고 가지 않았다고 해도, 매장에 와이파이를 통해서 백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지니어스는 대기중인 다른 손님들을 도와주게 되구요.

  제품의 수리는 당일에도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수리가 밀려있어 저녁 9시 30분 정도에 받을 수 있었고, 저녁 약속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날짜에 기기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예약을 도와줍니다. 애플 가로수길은 기본적으로 연중무휴 저녁 10시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평일 퇴근 후에 제품을 받을까 했지만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에 제품을 수령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약이 결정되면 스티커 형태로 된 간단한 접수증을 발급받고 과정이 모두 끝납니다.

  그 다음날 제품을 수령하기 위해서 다시 애플 가로수길을 방문했습니다. 예약 시간인 7시 반보다 2시간 빠른 5시 반정도에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문 바로 왼쪽에 아이패드를 든 직원에게 접수증을 보여주면 바로 처리를 진행해줍니다. 저는 일단 제품의 수리가 배터리만 진행되었느냐, 디스플레이까지 진행이 되었느냐를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배터리만 수리가 진행되었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다른 지니어스가 제품을 가져오고, 상태를 확인한 후에 제 카드를 받아가 결제를 해서 가져다줍니다. 영수증의 경우 종이형태로 받는 방법도 있고, 제 경우 그런 것이 싫어서 메일로 pdf 형태의 영수증을 수령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지니어스가 유심 슬롯을 열 수 있는 핀을 보유하고 있어서, 바로 수리된 제품으로 이동했습니다.

  교체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혹시나 무상으로 처리가 될까 하는 기대가 무너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제품을 구매하면 모든 지니어스가 축하한다며 박수를 쳐주는 모습은 내가 제품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으로 포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장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돌아다니던 지니어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다가와줍니다. 또한 일부 테이블에서는 교육 세션도 진행되고 있었고, 일부 테이블은 고객들이 앉아서 충전을 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애플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애플의 국내 서비스가 더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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