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게임 기획자가 하는 일이 뭔데요? "


   어딜 가던 듣는 말이다.


  심지어 내가 다닌 대학교의 학과는 게임공학과인데, 프로그래머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라 게임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 W모 사에서 기획자로 인턴을 하다  온 프로그래머 친구는 재직중에 QA만 일년 내내 하다 와서 기획자는 그런 일만 하는줄 알고, 퀘스트를 만들거나 몬스터를 만드는 등의 보이는 부분을 고려해서 콘텐츠 디자이너만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물론 우리 학교가 게임 프로그래밍에만 집중이 되어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거에 앞서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을 때부터 기획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부분으로 생각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게임 디자이너(기획자)가 하는 일이 무엇일까? 디자이너라는 말이 붙으니까, 그래픽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일까? 우선 게임을 만들 때 참여하는 직군에 대해서 큰 관점에서 바라보자. 게임의 그래픽을 만드는 그래픽 직군, 게임을 돌아가게 하는 코드를 작성하는 프로그래머들, 게임의 소리를 만드는 사운드 디자이너, 만들어진 게임을 종합적으로 테스트 해주는 QA 등등 다양한 파트가 있다. 물론 각각의 파트에 대해서 십수가지로 더 세부적인 직군으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디자이너가 있다.


이제부터 그럴듯한 개소리를 할 겁니다!

나름대로 게임 기획이라는 직군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고 싶었어요


  게임을 하나의 그림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화지, 물감, 연필, 붓, 그리는 사람, 그리고 완성된 그림 등이 있을 것이다. 이 나열된 목록만 보면 충분하다. 아마 도화지에 물감과 연필, 붓을 가지고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 완성된 그림을 누군가가 볼 것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당연히 플레이어일 것이고, 그리는 사람은 그래픽 아티스트, 그리고 물감과 연필 등을 만드는 사람은 프로그래머라고 볼 수 있다. 그럼 게임 디자이너는 여기에서 뭘 하는 것일까?


근데, 연필은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디자이너는 위의 나열된 물건들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그림을 그리려면 연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연필이라는 물건은 도대체 무엇일까?


  연필은 나무와 연필심으로 만들어지는 물건이다.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나무 기둥 안쪽에는 연필심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그리고 연필에 들어가는 연필심은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서 만든다. 여기서 흑연과 점토의 혼합 비율에 따라서 연필심이 낼 수 있는 강도와 진하기가 달라진다. 이 비율 조절에 따라서 연필을 사용할 때의 색와 선의 굵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위에서 연필이라는 물건을 설계 해보았다. 기본적으로 나무 속에 연필심이 들어가고, 필요에 따라 연필심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 이런 것을 게임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연필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 하였고, 설계할 때 내부의 연필심을 바꿀 수 있는 부가요소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콘텐츠 디자이너는 안에 어떤 혼합 방식을 사용하여 연필심을 만들 것인지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설계도에 따라서 프로그래머는 연필을 실제로 만들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완성된 연필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릴 것이다.

+ Recent posts